기획전시를 대량 컬렉션으로 연결한 진동선씨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전시작품 30여점 구입
사진의 붐은 이제 피부에 와 닿는다. 유명 작가뿐 아니라 젊은 작가의 작품도 팔리고, 국공립 미술관에서도 사진 소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개인 애호가 수준이 아니라 공공 기관의 작품 소장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 변화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진동선 소장(현대사진연구소), 그는 지난 12월 9일부터 2월 19일까지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공원(The Park)'의 기획자로서 이 전시에 출품된 작품 30여점이 미술관에 소장된 사건(?)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다.
"몇 점을 구입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단일 전시 작품을 거의 총망라하여 구입한다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입니다. 14명의 참여 작가 가운데 10명의 작품 31점을 구입했으니가요."
전시 기획 의뢰를 받았을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배경은 '사진의 힘'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최성근 서울올림픽미술관 관장은 "우선 작품의 배경이 우리들이 일하고 있는 터전이라는 친근함이 컬렉션의 동기"라고 밝히고 "사진작가들의 시각을 통하여 올림픽 공원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라서 관람객들에게 신선함을 주리라고 판단됐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또한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면서 최관장은 특히 그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올림픽공원이 이렇게 경치좋고 아름다운 곳인지 몰랐다고 말할 때 사진표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느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사진구입이 시작되었다
이 일을 떠나서도 2005년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7천만원 상당의 사진을 구입했으며, 청주시립미술관 등 몇몇 국공립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는 즐거운 변화가 감지되었다. 이미 과천 국립미술관에서는 수년 전부터 사진을 소장하기 시작했지만 이렇게 지방의 미술관까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매우 의미이 있는 일이라 하겠다.
"사진의 붐이 불기 시작한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지만 문제는 이러한 공공성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겁니다."
진동선 소장은 공적기금이 사진계로 유입되기 시작한 이 시점에서 사진가가 개인적으로, 사진계가 제도적으로 준비해야 될 것이 많다고 강조한다.
지금 사진계에 유입되는 공적 기금은 크게 문예진흥기금과 아트뱅크(Art Bank), 공공 미술기관의 기금이다. 그는 미술계로 흘러가는 돈에 비해서는 형편없이 작은 금액이지만 만약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거나 기금을 받은 행사에서 잡음이 나오거나 하는 식으로 흘러가면 모처럼만에 시작된 사진의 붐에 찬물을 끼얹게 될가 우려한다.
"국공립 미술관의 컬렉션에서 심의위원으로 참여해보고, 여러 기관에서 자문 역할을 하면서 느기는 것은 외부의 그들이 오히려 우리보다 사진의 붐을 더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사진을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안 되겠지요."
그는 무엇보다 공공성의 문제에 대응할 안정된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작품을 구입할 때 그것을 감정해줄 기관도 없고, 아울러 그 가격이 정당한 것인지, 나주엥 그 가격에 되팔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면 모처럼 일기 시작한 사진 컬렉션의 붐이 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작가들의 터무니없는 작품가격도 문제고, 한 작가의 작품값이 다 같다는 것도 넌센스입니다. 예를 들어 임응ㅇ식 선생의 어떤 작품은 1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작품은 100만원밖에 안 나갈 수도 있는 그 차이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것이 사진학과 내에서 학습되어야 하는데 아무도 그것을 가르쳐주지 ㅇ낳으니 한 작가의 자굼이라도 이것은 왜 비싸야 하고 이것은 왜 싼 것인지 구별을 못하는 것이죠."
그는 학교에서 시장교육도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을 공부한 전문가들로 감정위원이 구성되어서 제도화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당장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적정가격을 잘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특히 공적 기관에 작품의 보험가 등을 기재할 때 그것이 작품가격이 되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에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기획전을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참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공공기관의 경우 테마를 맞추어 전시를 기획하면 호응도 좋고 그것이 컬렉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는 이제 우리 사진가도 더 이상 배고픈 전시, 전시를 위한 전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의 전시와 컬렉션은 적절한 기획과 수준 있는 작품 전시가 이루어지면 그것이 얼마든지 작품소장으로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로 남을 것 같다.
글. 윤세영
사진예술 2006년 2월호